참 알다가도 모를 게 유행이다. 최근 트위치와 아프리카 등 한국의 게임방송계는 이상한 게임이 광풍처럼 몰아쳤다.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한때 트위치 순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근데 게임의 모양새가 특이하다. 벌거벗은 대머리 아저씨가 항아리에 들어가 망치 하나로 산이든 건물이든 각종 장애물을 돌파하며 등정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이는 그대로 항아리게임이라고 부르는데, 원래 이름은 <Getting over it>이다. 지난 일 다 잊고 새 출발하자는 뜻인데, 게임을 직접 해보면 이 말뜻이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뭐랄까 기운을 북돋워 주는 게 아니라 고의적으로 기분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멘붕’을 적극적으로 일으키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게임은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기대를 철저하게 저버린다.
사실, 이 항아리게임은 아무리 둘러봐도 인기를 끌만한 요인을 찾기가 힘들다. 트위치 10위 권에 오르는 쟁쟁한 게임을 생각해 보라. <롤>, <도타 2>, <카운터 스트라이크>, <배틀그라운드> 등 게임도 재밌고 방송도 재밌는 게임이 되어야 순위에 오를 수 있다.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고 많은 사람이 하더라도 방송에 적합하지 않으면, 특별한 이벤트 시기라면 모를까 상위권 순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 <월드오브워크래프>가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레이드와 투기장은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시청하기 어렵다. 항아리게임은 이 기라성 같은 게임들을 제치고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지금도 10위권에 들지는 못하지만 20위권에 곧잘 오르며 여전히 선전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서 제작자의 의도를 들어보는 게 좋겠다. “이 게임은 고통스럽고 변덕스럽다. 야망에 불타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고, 자비가 없으며 기분이 나쁘며 비인간적인 게임이다…나는 특정한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 위해서 이 게임을 만들었다.”
제작자의 의도가 범상치 않은데 두 가지 사항이 눈에 띈다. 첫째 게이머를 일부러 골탕을 먹이려고 제작한 게임이다. 방송을 보고서 실제로 게임을 해 본 사람들은 사람이 할 만한 게임이 아니라고 거의 비슷하게 말한다. 보기보다 조작하는 게 어렵고 장애물을 교묘하게 배치하여 적극적으로 ‘멘붕’을 일으킨다. 이른바 정말이지 치사한 ‘낙사’ 구간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몇 시간을 허비하고 출발점 태초마을로 굴러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탓인지 하면 할수록 기분이 나빠져서 한 두 시간 하고 빠르게 ‘언인스톨’했다는 후문들이 쏟아졌다. 둘째 일반적인 게이머가 아니라 특정한 사람들을 겨냥해 제작한 게임이다. 몇 가지 추측이 있지만 전문 게이머를 가리키며, 특히 방송에서 주로 활약하는 스트리머를 겨냥했다고 많이 예상한다. 전문게이머라면 이스포츠 선수를 대부분 생각하지만, 최근 방송과 결합된 게임은 새로운 계층을 형성시켰고, 주역은 누구보다 방송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법 실마리가 생겨난다. 우선 앞서 말한 대로 게임 자체로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 상처 받는 게 ‘취향’인 사람도 있겠지만 극소수다. 답은 하는 게임과 보는 게임의 구별이다. 게임이 재미가 없어도 보는 것이 재미있다면 방송플랫폼에서 통하지 않을까. 이것은 게임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쾌락과 연결된다. 게임을 하는 것은 재미있지만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동반된다. 게임방송은 그 괴로움을 제거한다. 게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어려운 게임을 하면서 ‘멘붕’에 빠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재밋거리가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이 지점이 스트리머의 역량이 드러나고, ‘엔터테이너’로서 게이머의 지위가 형성되는 곳이기도 하다.
정리해 보자. 게임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등장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방송을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자기 입맛에 따라 스트리머의 방송을 지속적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제 그들만을 위한 게임, 즉 하는 게 아니라 보는 데 적합한 게임(방송용 게임)이 생겼다고 볼 수는 없을까. 게이머를 일부러 괴롭히는 게임은 항아리게임이 등장하기 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방송과 결합되며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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